이 시리즈에서 가장 짧고 분명한 이야기가 여기 있다. 한 건물이 최초가 됐다가, 철도 때문에 망했다가, 다른 나라 사람들의 식당이 됐다가, 사라졌다.
1888년 — 최초
대불호텔은 1888년에 지어진 한국 최초의 서양식 호텔이다 사실. 1883년 인천항 개항 이후 세워졌고, 일본인 해운업자 호리 히사타로가 운영했다 사실. 개항장에 왜 호텔이 필요했는지는 간단하다 — 배로 도착한 사람이 서울로 가려면 인천에서 하룻밤을 자야 했기 때문이다 추정.
1899년 — 철도
그런데 그 전제가 무너졌다. 1899년 인천과 노량진을 잇는 경인선이 놓이면서, 우마차로 12시간 이상 걸리던 이동이 기차로 1시간 40분 내외로 줄었다 사실. 하룻밤 잘 이유가 사라진 것이다. 경인선 개통 이후 숙박업이 쇠퇴하자 호텔은 1907년에 문을 닫았다 사실. 한국 최초의 서양식 호텔은 개업 20년을 못 채웠다.
1918년 — 다른 손님
건물은 남았고 용도가 바뀌었다. 1918년 뢰소정 등 중국인들이 호텔을 인수해 북경요리 전문점 중화루를 열었다 사실. 3화에서 본 화교 정착의 층이 여기서 이 건물과 만난다. 중화루는 1970년대 초까지 운영됐고, 이후 월세집으로 쓰이다 1978년 철거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 사실.
왜 이 이야기가 중요한가
이 한 채의 이력이 개항장 전체의 요약이다. 항구가 열려 최초가 생기고, 더 빠른 교통이 그 최초를 쓸모없게 만들고, 이주민이 빈자리를 채우고, 결국 철거된다 추정. 4화에서 본 "지금의 간판과 원래의 용도"라는 문제가 가장 극적으로 드러난 사례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질문은 끝나지 않았다 — 9화에서 오늘의 버전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