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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동성당 · ⛪

1791~1801년. 처형터 위에 세워진 성당이, 왕의 사당과 마주 본다

전동성당이 서 있는 자리는 원래 전주부성의 남문이 있던 성벽 바깥, 사람을 처형하던 자리였다. 1791년 신해박해 때 윤지충과 권상연이, 1801년 신유박해 때는 호남 첫 사도로 불리는 유항검과 윤지헌 등이 이곳에서 처형됐다. 한국 천주교사에서 가장 이른 시기의 순교 현장 중 하나가 바로 이 땅이다.

지금의 성당 건물은 프랑스인 신부의 설계로 1908년에 짓기 시작해 1914년에 완공됐다. 회색과 붉은 벽돌을 섞어 쌓은 로마네스크 양식에 비잔틴 양식의 돔을 얹은 독특한 외관으로, 서울 명동성당과 종종 비교된다. 그런데 이 성당이 서 있는 위치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도로 하나만 건너면 조선 왕실의 뿌리를 상징하는 경기전이 있다. 순교자의 피가 흐른 자리에 세워진 성당과, 나라를 세운 왕의 초상을 모신 사당이 걸어서 1분 거리에 마주 서 있는 셈이다. 한옥마을을 걷다 보면 이 두 건물을 같은 골목에서 동시에 보게 되는데, 그 우연 같은 배치 안에 조선이라는 나라가 겪은 두 개의 전혀 다른 신념 체계가 겹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