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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 · ⛰️

1897년 이후~현재. 밀려난 사람들의 산동네가, 시로 뒤덮인 골목이 됐다

서산동은 원래 특별할 것 없는 보리밭이었다. 이 땅의 성격이 바뀐 건 1897년 목포항이 개항하면서부터다. 새로 들어온 일본인들이 평지의 좋은 자리를 차지하면서, 밀려난 가난한 조선인 뱃사람들이 산비탈로 모여들어 촘촘한 판자촌을 이뤘다. 지금도 서산동 골목의 좁고 구불구불한 길, 다닥다닥 붙은 낮은 집들은 그 시절의 흔적이다 — 계획된 마을이 아니라, 밀려난 사람들이 자리를 잡으며 자연스럽게 생겨난 구조다.

이 마을이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춘 건 훨씬 나중의 일이다. 2015년부터 약 3년에 걸쳐 지역 시인과 화가, 주민들이 함께 골목 담벼락 곳곳에 손글씨로 쓴 시와 목판화를 채워 넣으며 '시화(詩畵)골목'이 됐다. 가난한 뱃사람들이 밀려나 만든 산동네가, 100년 가까이 지나 시로 뒤덮인 골목이 된 셈이다. 지금 이 골목을 걷는 여행자 대부분은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벽화 골목으로만 기억하고 돌아가지만, 그 시작이 개항이 만들어낸 도시 빈부 격차의 흔적이라는 사실을 알고 걸으면 같은 골목이 다르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