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3년, 고려 성종 때 나주에는 지방 행정 단위인 "나주목"이 설치됐다. 이 나주목이라는 행정 체제는 이후 무려 913년 동안 유지되며 이 지역의 정체성을 규정했다. 처음부터 지금의 이름으로 불렸던 것은 아니다. 995년 고려가 전국을 열 개의 도로 나눌 때, 지금의 전라북도 지역은 "강남도", 전라남도 지역은 "해양도"라는 별개의 이름으로 불렸다.
이 구도가 바뀐 것은 1018년, 현종 9년이었다. 고려는 이해 기존의 10도 체제를 5도 양계 체제로 개편하면서, 강남도와 해양도를 하나로 합쳤다. 그리고 이 합쳐진 지역에 새 이름을 붙일 때, 당시 호남을 대표하던 두 중심 도시의 앞 글자를 따왔다. 전주(全州)의 "전"과 나주(羅州)의 "라"를 합쳐 "전라주도"라 부른 것이 그 시작이다. 흥미로운 점은, 다른 도의 이름과 영역은 시대에 따라 여러 차례 바뀐 반면 전라도라는 이름과 대략적인 영역은 고려 전 시기에 걸쳐 거의 변하지 않았고, 그대로 조선을 거쳐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천 년이 넘도록 이어진 지역 이름 속에, 나주라는 도시의 존재감이 그대로 새겨져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