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tTrip NOW
← 이 동네 이야기 전체보기

실상사 · 🛕

828년(신라 흥덕왕 3년). 산속이 아니라 들판 위에 세워진, 구산선문 가운데 가장 먼저 개창한 사찰

통일신라 말기, 중국 당나라로 유학을 떠났던 승려 홍척이 귀국하며 새로운 불교 사상을 함께 들여왔다. 그것이 바로 선종(禪宗)이다. 828년(흥덕왕 3년), 홍척은 지리산 자락에 절을 세우고 이를 실상산문이라 이름 붙였다. 이는 이후 신라 말~고려 초에 걸쳐 전국 각지에 세워진 아홉 개의 선종 산문, 즉 구산선문(九山禪門) 가운데 가장 먼저 문을 연 것이었다. 홍척은 훗날 증각대사라는 시호를 받았다.

실상사가 특이한 점은 위치다. 한국의 유명한 산사 대부분이 산 중턱이나 계곡을 따라 자리 잡은 것과 달리, 실상사는 지리산 자락의 널찍한 평지 위에 세워졌다. 산속 깊이 숨어드는 대신 들판 한가운데 자리를 잡은 이 절의 지형은, 새로운 사상이 산속에 은둔하지 않고 사람들의 생활 터전 가까이에서 뿌리내리려 했던 선종 초기의 지향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천년 넘게 지난 지금도 실상사는 같은 자리에서, 구산선문의 첫 문이 열렸던 순간을 증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