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최명희(1947~1998)는 1980년 4월부터 1996년 12월까지, 무려 17년에 걸쳐 대하소설 『혼불』을 집필했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몰락해가는 양반가 3대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관혼상제부터 세시풍속까지 한국 전통문화의 원형을 세밀하게 담아내 "우리 풍속의 보고이자 모국어의 보고"라는 평가를 받는다. 20세기 말 한국 문학에 새로운 지평을 연 기념비적 작품으로 꼽힌다.
『혼불』의 무대인 매안마을은 실제로는 남원시 사매면 대신리 상신마을과 서도리 노봉마을을 모델로 한 것이다. 그런데 이 마을은 단순한 소설 속 배경이 아니라, 작가 최명희의 선조들이 무려 500년 동안 대대로 살아온 실제 고향이었다. 소설 속 청암부인의 생가 역시 노봉마을에 실재한다. 2004년, 남원시는 이 노봉마을에 혼불문학관을 세워 소설과 실제 마을의 관계를 기릴 수 있도록 했다. 한 작가가 17년에 걸쳐 써낸 소설의 무대가, 그 작가의 조상들이 5백 년을 살아온 바로 그 마을이었다는 사실은, 이 소설이 왜 그토록 촘촘하고 정확한 풍속의 기록이 될 수 있었는지를 설명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