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1년, 일제강점기 한가운데였던 그해 단오, 남원의 지역 유지들과 권번 출신 기생들이 광한루 안에 있던 춘향사당에 모였다. 이들은 소설 속 인물 성춘향의 절개를 기리며 제사를 올렸다. 나라를 잃은 시기에, 실존 인물도 아닌 소설 속 여성의 정절을 기리는 제사를 지냈다는 사실은 얼핏 기이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식민지 지배 아래서 민족의 자긍심을 지키려 했던 지역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시작된 제사는 이후 규모를 갖춘 축제로 발전해 "춘향제"라는 이름을 얻었다. 오늘날 춘향제는 한국에서 열리는 공연예술형 축제의 효시로 꼽히며, 90여 년이 넘는 세월 동안 한 번도 끊이지 않고 이어져 온 국내 최고(最古)의 역사적 자산 가운데 하나로 평가받는다. 매년 광한루원 일원에서 열리는 이 축제는, 소설 속 허구의 인물을 기리는 제사에서 시작해 한 지역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행사로 자라난 드문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