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동계곡은 조선 후기 화가 겸재 정선의 그림으로 유명하다. 정선은 서촌에서 태어나 옥인동에서 오래 살며 인왕산과 계곡을 실제 경관에 기초해 그렸다. 돌다리와 바위, 능선을 보면 그림 속 장소가 완전히 상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계곡 위에 들어선 시민아파트
1970년대 주택 부족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계곡 일대에 옥인시민아파트가 건설됐다. 산비탈의 공동주택은 당시 도시 서민에게 필요한 주거였지만 자연과 역사 경관을 가렸다. 개발을 무조건 오류로만 보면 그곳에 살았던 주민의 삶을 놓치게 된다.
철거 뒤 돌아온 기린교
안전 문제와 경관 복원 계획에 따라 아파트가 철거되고 계곡이 정비됐다. 정선의 그림에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진 돌다리 기린교는 남아 복원의 기준이 됐다. 지금의 풍경은 조선시대 자연 그대로가 아니라 발굴·철거·조경을 거친 결과다.
그림과 현재를 같은 자리에서 본다
물이 적은 계절에도 실망할 필요는 없다. 정선의 작품 이미지와 현재의 능선 방향, 돌다리 위치를 비교해보자. 한 장소에 조선의 풍류, 산업화기의 주거, 21세기의 생태 복원이 겹쳐 있다는 사실이 수성동의 진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