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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승룡과 베를린올림픽 · 📍

1936년. 금메달 손기정 뒤에 가려진, 동메달리스트 순천 청년의 이야기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경기에서 손기정이 금메달을 딴 사실은 한국인이라면 대부분 알고 있다. 하지만 같은 경기에서 순천 출신의 남승룡이 2시간 31분 42초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땄다는 사실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남승룡과 손기정은 당시 일제강점기 조선인으로서, 가슴에 태극기가 아닌 일장기를 달고 시상대에 올라야 했다.

손기정의 금메달 사진에서 일장기를 지운 '일장기 말소 사건'은 한국 언론사의 상징적인 저항으로 남아 있지만, 이 사건의 그늘에서 동메달을 딴 남승룡의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했다. 남승룡은 이후 한국 마라톤 1세대를 대표하는 인물로 활동했고, 2001년 세상을 떠났다. 지금 순천에는 그의 이름을 딴 '남승룡로'라는 도로가 있고, 매년 11월이면 그를 기리는 마라톤 대회가 열린다. 금메달의 영광 뒤에는 늘 동메달의 이야기가 있고, 그 동메달조차 자기 나라의 깃발이 아닌 다른 나라의 깃발 아래서 따야 했던 시대가 있었다는 사실을, 순천이라는 도시는 도로 이름 하나로 조용히 기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