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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도심 · 🎬

극장은 무너졌지만, 광장은 다시 섰다

원주역사박물관에서 도보로 이동할 수 있는 평원동 일대는 원주극장(1956년)·시공관(1962년)·아카데미극장(1963년)·문화극장(1967년)이 차례로 들어섰던 원주의 옛 극장가였다. 이 가운데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단관극장이 아카데미극장이었다.

60년을 버틴 마지막 단관극장

아카데미극장은 1963년 개관해 60년 가까이 원형이 보존된, 전국적으로도 드문 대형 단관극장이었다. 원주시는 2020년 극장과 주변 토지에 대한 매매협약을 맺고 2022년 1월 매입을 완료했는데, 당시 계획은 철거가 아니라 보존과 활용이었다.

보존에서 철거로 바뀐 과정

그러나 매입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방침이 보존에서 철거로 뒤집혔다. 시민단체 '아카데미의친구들 범시민연대'(아친연대)는 이 결정 과정에서 원주시가 조례에 따른 정책 토론회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충분한 의견 수렴 절차 없이 결정이 내려졌다고 주장하며 철거에 반대했다. 극장은 시민들의 반대 속에 2023년 10월 철거됐다.

법원, "충분한 의견 수렴이 없었다"

철거 과정의 충돌로 기소된 아친연대 회원들에 대해 2025년 8월 1심 법원은 전원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의 행위를 감시와 비판의 일환으로 판단했고, 원주시가 시정조정위원회를 통해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절차상 논란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검찰이 항소했지만 2026년 4월 항소심 재판부도 항소를 기각해, 24명 전원의 무죄가 그대로 확정됐다. 항소심은 극장 철거가 시민의 정당한 관심사이며, 원주시가 철거를 추진하며 충분한 의견 수렴과 설득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그 자리에 지금 무엇이 있는가

법적 다툼과는 별개로, 옛 극장 부지에는 야외공연장과 열린광장을 갖춘 문화공유플랫폼이 조성됐다. 침체된 중앙동 상권을 살리려는 목적의 이 공간은 공연·전시·휴식이 어우러지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계획됐다. 극장은 사라졌지만 그 자리가 완전히 비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60년간 이어져 온 원형 극장의 경험과, 새로 조성된 광장이 같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은 남는다. 이곳을 찾는 사람이라면, 지금 눈앞의 광장이 무엇을 대신하고 있는지를 함께 생각해볼 만하다.

철거된 뒤에는 무엇을 기록할 수 있는가

현재 현장에서 1963년 극장의 객석과 영사실을 직접 볼 수는 없다. 남은 것은 사진·도면·구술 기록과 철거 과정의 공적 논쟁, 그리고 새로 조성된 공간이다. 새 광장을 소개할 때 ‘극장이 재탄생했다’고 표현하면 원형 건물이 사라졌다는 핵심 사실을 흐린다. 반대로 새 시설의 쓰임을 무시한 채 빈터라고만 말해도 현재 상태를 제대로 전하지 못한다. 사라진 건축과 새 공공공간을 각각 기록해야 한다.

판결과 도시정책을 분리해 읽는다

시민들의 무죄 판결은 철거된 건물이 복원됐다는 뜻도, 법원이 극장의 문화재 가치를 최종 판정했다는 뜻도 아니다. 철거 반대 행동의 형사책임과 행정 과정의 의견 수렴을 다룬 결과로 이해해야 한다. 문화공유플랫폼의 명칭·운영 프로그램은 바뀔 수 있으므로 원주시 공지를 확인한다. 이 자리를 걷는 일은 사라진 극장을 향수로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공공 자산의 보존과 활용을 누가 어떤 절차로 결정하는지 묻는 도시 여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