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tTrip NOW
← 이 동네 이야기 전체보기

동대문·창신동 · 📍

가파른 골목은 피란과 이주의 지도를 품고 있다

창신동의 좁은 계단과 작은 필지를 단순히 ‘옛 서울 감성’으로 소비하면 형성 배경을 놓친다. 한국전쟁 이후 갈 곳을 잃은 피란민과 일자리를 찾아 상경한 사람들이 도심과 가까운 경사지에 자리 잡았다. 제한된 땅을 나누며 방 한 칸과 좁은 통로가 늘었다.

집과 일터가 가까워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평화시장과 동대문 일대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창신동은 걸어서 오가거나 짧게 물건을 운반할 수 있는 주거지였다. 집 일부에 재봉틀을 놓거나 아래층은 공장, 위층은 주거로 쓰는 방식도 나타났다. 생산과 생활의 경계가 건물 안에서 겹쳤다.

쪽방은 크기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작은 방, 공동 화장실, 취약한 환기와 소방환경은 낮은 주거비와 도심 접근성의 대가였다. 동시에 이웃의 돌봄과 시장, 종교·복지시설의 지원망도 생활을 지탱했다. 가난을 낭만화하지 않되 주민을 결핍만으로 규정하지 않는다.

골목 답사는 주민 관찰이 아니다

빨랫감, 열린 방문, 배달 물품은 사진 소재가 아니라 사생활이다. 공개 도로에서도 카메라를 주택 안으로 향하지 않고, 계단에서는 주민과 배달 노동자에게 길을 양보한다. 동네의 역사를 읽는 일과 현재 생활을 구경하는 일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