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는 흔히 아시아를 대표하는 국제미술전으로 소개되지만, 그 출발점은 순수한 예술 기획이 아니었다. 1995년, 5·18민주화운동 15주년을 맞아 광주시가 내세운 명분은 명확했다. "5·18의 상처를 문화예술로 치유한다." 항쟁 이후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진 광주의 민주정신을 새로운 문화적 가치로 승화시키겠다는 것이었다. 1994년 설립준비위원회가 꾸려지고 이듬해 4월 재단법인이 출범한 뒤, 그해 9월 20일부터 11월 20일까지 중외공원 일원에서 제1회 광주비엔날레가 62일간 열렸다. 첫 회 주제는 '경계를 넘어' — 국가와 민족, 이념과 종교의 벽을 허물고 세계와 함께하는 공동체를 만들자는 의미였다.
정작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은, 이 국제 미술전이 열리기 3년 전인 1992년 8월, 같은 자리 인근에 광주시립미술관이 지방 최초의 공립 미술관으로 이미 문을 열었다는 점이다. 즉 광주는 비엔날레라는 '이벤트'를 열기 전에, 그것을 뒷받침할 상설 미술 인프라를 먼저 갖췄던 도시였다. 1996년부터는 시립미술관이 비엔날레 운영까지 관장하게 됐다. 지금 이 일대에 오면 허백련, 오지호 등 향토 작가부터 동시대 작가까지 약 560점을 소장한 시립미술관과 격년으로 열리는 비엔날레 전시관이 같은 동네에 나란히 있다. 전남대 상권과도 가까워 비나 더위를 피해 들를 실내 대안으로도, 상설로 국제 미술을 접하는 동네 명소로도 손색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