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리즈의 다른 화들은 이미 지나간 층을 다뤘다. 이번 화는 지금 결론이 나지 않은 층이다. 그리고 이번에는 질문의 방향이 다르다.
계획 — 부두를 바꾼다
인천 내항 1·8부두 항만재개발사업은 약 429,000㎡ 규모의 내항 일대를 해양문화거점 공간으로 바꾸는 계획이다 사실. 2012년 정부가 재개발 기본계획을 세운 뒤 여러 국면을 거쳤고, 2016년에는 민간 공모가 무산되면서 해양수산부·인천시·LH·인천항만공사가 참여하는 공동사업 형태로 이어졌다 사실. 8화에서 본 창고 재생의 논리를 부두 전체 규모로 확대한 셈이다 추정.
결과 — 고쳤는데 비어 있다
그 상징이 상상플랫폼이다. 1978년에 지어진 곡물창고를 리모델링해 대규모 해양문화복합·관광시설로 만들었고, 2024년 7월 19일에 문을 열었다 사실. 그런데 약 1,000억 원이 투입된 이 시설은 개관 이후 공실이 장기화되고, 상업시설 임차인 모집이 두 차례 연속 실패하는 등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실. 건물은 살아났는데 안이 비었다.
또 하나의 섬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핵심은 연결이다. 원도심을 함께 살리지 않고 1·8부두만 개발하면, 재개발이 끝나도 또 하나의 고립된 섬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 지적이 아픈 이유는 개항장의 역사 자체가 그 반대 방향이었기 때문이다 — 2화에서 본 대로 이 동네는 부두와 거리가 하나의 흐름으로 묶여 있을 때 작동했다 추정.
같은 질문의 아홉 번째 도시, 다른 실패
이 시리즈가 지나온 도시들은 모두 같은 질문을 통과했다. 을지로의 공구상가, 더 록스의 부두, 브릭 레인의 트루먼 양조장, 스미스필드의 시장, 초량의 산복도로, 레드훅의 창고, 야네센의 빈집, 다다오청의 도로 확장안 — 일하는 옛 동네의 다음 층은 누가 정하는가 추정. 인천은 그 아홉 번째다. 다만 실패의 방향이 반대다. 다다오청에서는 재생이 너무 잘돼 임대료가 올라 원래 업종이 밀려나는 것이 문제였다면, 인천에서는 재생을 했는데 채울 사람이 오지 않는 것이 문제다 추정. 같은 질문에 두 개의 실패 방식이 있는 셈이다.
여행자의 자리
그래서 이 동네를 걷는 방식에도 무게가 있다. 이 시리즈가 1화부터 8화까지 걸어온 계단과 골목, 시장과 노포는 부두 재개발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그 자리에 있는 것들이다 추정. 새로 지은 시설만 보고 오는 여행과, 계단과 시장을 함께 걷는 여행은 이 동네에 다른 신호를 보낸다. 후자를 택하는 편이, 이 동네가 계속 동네이기를 바라는 쪽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