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tTrip NOW
← 이 동네 이야기 전체보기

목포 · 🕯️

1906~1911년, 그리고 현재. 신의주까지 이어졌던 길, 지금은 절반이 갈 수 없는 길이 됐다

목포근대역사관 앞 유달교차로에는 눈에 잘 띄지 않는 기념비 하나가 서 있다. 대한민국 국도1호선과 국도2호선이 시작되는 기점을 알리는 표지다. 일제강점기인 1906년부터 1911년 사이 개설된 국도1호선은 목포에서 출발해 전라도와 충청도, 경기도를 거쳐 평안북도 신의주까지 이어지는 총 939km의 도로였다. 목포가 이 길의 출발점으로 정해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 개항 이후 급성장한 곡물 수출항이었던 목포에서, 수탈한 물자를 내륙 깊숙이 그리고 만주 국경까지 실어 나르기 위한 식민지 인프라의 일부였기 때문이다.

지금 이 기념비 앞에 서면 표지판이 알려주는 사실과 실제 현실 사이의 간극이 도드라진다. 국도1호선은 지도상으로는 여전히 신의주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표기돼 있지만, 실제로는 휴전선에서 길이 끊긴다. 목포에서 시작된 939km 가운데 절반 가까이는 분단 이후 단 한 번도 온전히 오갈 수 없는 길이 됐다. 한 도시의 근대 인프라가 식민지 수탈과 분단이라는 두 개의 서로 다른 상처를 함께 품고 있는 흔치 않은 사례다. 화려한 볼거리는 아니지만, 목포라는 도시가 한반도 근현대사의 축소판이라는 사실을 이 작은 기념비만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곳도 드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