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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역 사건 · 🚉

1929년 10월 30일. 역에서 벌어진 댕기머리 실랑이가, 전국적 항일운동의 불씨가 됐다

1929년 10월 30일, 광주에서 통학하던 일본인 중학생 몇 명이 나주역에서 열차에서 내리던 광주여자고등보통학교 학생 박기옥, 이광춘, 이금자의 댕기머리를 잡아당기며 희롱했다. 이를 지켜보던 박기옥의 사촌 박준채가 참지 못하고 항의했지만, 일본 학생들은 이를 무시했다. 결국 몸싸움이 벌어졌고, 일본 학생 50명과 조선 학생 30명이 충돌하는 큰 다툼으로 번졌다. 수적으로는 밀렸지만 조선 학생들의 기세가 오히려 우세했다고 전한다.

문제는 이 상황을 지켜본 일본 경찰이 취한 태도였다. 경찰은 공정한 중재자가 아니라 일본 학생들의 편에 섰다. 이 명백한 차별에 광주고등보통학교 학생들이 집단으로 항의하고 나섰고, 이 움직임은 그해 11월 3일 광주에서 본격적인 항일 시위로 폭발했다. 이것이 바로 광주학생독립운동(광주학생항일운동)의 시작이었다. 이 운동은 1930년까지 전국으로 번져 나갔으며, 1919년 3·1운동 이후 한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대중적 항일운동으로 평가받는다. 역에서 벌어진 사소해 보이는 실랑이 하나가, 결국 식민지 조선 전역을 뒤흔든 저항운동의 도화선이 됐다는 사실은, 크고 작은 차별이 누적된 사회에서 어떤 계기가 얼마나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