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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 🛤️

말을 피하던 골목은 개발을 피하지 못했다

고관의 말을 피해 만든 서민의 길은 지하철과 재개발로 여러 번 끊겼다. 사라진 골목은 이제 빌딩 통로와 지하 유적전시관에서 다른 방식으로 돌아온다.

피맛골은 ‘말을 피하는 골목’이라는 뜻이다. 종로 큰길에서 말을 탄 고관을 만나면 길가에 엎드려 예를 갖춰야 했던 사람들이 아예 뒤편 길을 택했다. 그 길에 국밥집, 선술집, 여관과 다방이 붙으면서 종로의 서민 생활권이 만들어졌다. 권력을 피한 동선이 하나의 상권이 된 셈이다.

골목은 한 번에 사라지지 않았다

서울미래유산 자료에 따르면 1974년 지하철 1호선 공사 때 남피맛골이 사라졌고, 2003년 도심재개발로 20여 점포가 문을 닫았다. 청진동의 오랜 식당 일부는 새 고층건물 한편으로 이전했다. 이름과 가게는 남았지만 골목의 폭, 낮은 지붕, 서로 마주 보던 점포 관계는 달라졌다. 오래된 가게를 새 빌딩에 옮기는 일이 곧 골목을 보존하는 일인지 질문이 남는다.

2026년, 땅 아래에서 돌아온 종로 뒷골목

2026년 7월 종로2가 옛 피맛골 자리에는 인사도시유적전시관이 정식 개관했다. 공평구역 발굴 현장 4,810㎡를 제자리에 복원한 전시관으로, 16세기 종로의 시전과 피맛길, 점포와 배수로의 배치를 내려다볼 수 있다. 지상에서 사라진 골목을 지하에서 원래 자리 그대로 읽게 된 것이다.

방문할 때 무엇을 구분해야 하는가

지금 ‘피맛골’ 간판이 붙은 모든 구간이 옛 골목 그대로는 아니다. 남은 골목, 정비해 재현한 길, 건물 안으로 이전한 식당, 발굴 뒤 보존한 유적이 섞여 있다. 어느 하나를 가짜라고 밀어낼 필요는 없다. 다만 서로 다른 보존 방식임을 알고 걸어야 이 골목이 겪은 변화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