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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대문·회현동 · 🍲

시장은 화재 뒤에도 다시 골목을 만들었다

오늘의 남대문시장은 한 시기에 계획된 단정한 상업단지가 아니다. 일제강점기에는 시장 운영이 회사 체제로 재편됐고,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귀환민과 피란민, 노점상이 생계를 찾아 모였다. 큰 화재가 반복될 때마다 점포와 상품, 거래 방식도 달라졌다.

시장의 주인은 시대마다 달라졌다

식민지기의 시장 운영은 조선 상인의 자유로운 성장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토지와 시설, 시장 허가를 둘러싼 식민 권력과 자본의 영향이 컸다. 해방 뒤에는 상인 조직이 시장을 다시 꾸렸지만 정치적 혼란과 전쟁이 이어졌다. 시장의 연속성 안에는 소유와 통제의 단절도 함께 있다.

전쟁 뒤에는 없는 것까지 거래했다

물자가 부족했던 시기, 군수품과 구호물자, 수입품과 중고품이 시장으로 흘러들었다. 공식 유통망 밖의 거래도 활발했다. 필요한 물건을 구하고 고쳐 쓰는 기술이 상업의 일부가 됐다. 오늘날 수입상가와 잡화 골목에서 느끼는 혼합성은 이러한 전후 경제의 기억과 맞닿아 있다.

화재는 건물만 태우지 않았다

밀집된 점포에서 발생한 화재는 상인의 재고와 외상 장부, 거래 관계까지 한꺼번에 무너뜨렸다. 그럼에도 임시 점포를 열고 다시 영업하며 시장은 복구됐다. 현재의 콘크리트 상가와 좁은 통로를 볼 때 ‘옛 정취’만 찾기보다 안전과 생업을 위해 계속 고쳐온 공간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