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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암사 승선교 · 🛕

1698년. 죽으려던 승려를 구한 여인이, 다리가 됐다

선암사는 임진왜란 당시 불에 타 크게 훼손됐다. 절을 다시 지으며 조선 숙종 24년(1698), 호암대사가 절 입구에 아름다운 홍예다리를 놓았는데 이것이 지금의 승선교다. 이 다리가 놓이게 된 배경에는 전설이 전한다 — 호암대사가 관음보살의 모습을 보게 해달라며 백일기도를 올렸지만 기도는 끝내 이뤄지지 않았고, 낙심한 그는 벼랑에서 몸을 던지려 했다. 그 순간 한 여인이 나타나 그를 구하고는 홀연히 사라졌다. 대사는 뒤늦게 그 여인이 다름 아닌 관음보살이었음을 깨닫고, 관음보살을 모실 원통전을 세우는 한편 절 어귀에 이 무지개다리를 놓았다고 한다.

승선교의 홍예 한복판에는 용머리를 조각한 돌이 아래로 삐죽 튀어나와 있다. 예로부터 이 용머리를 뽑아내면 다리 전체가 무너진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냇돌을 그대로 이용해 쌓아 올린 이 다리는 1963년 보물로 지정됐다. 지금 다리 아래 계곡물에 비친 무지개 모양을 바라보고 있으면, 절벽 끝에서 삶을 포기하려던 한 사람이 낯선 여인의 손에 붙들려 살아남았다는 이야기가, 그 자체로 다리라는 건축물의 존재 이유가 되어버린 것을 알 수 있다.